올해는 지방자치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 지방의회까지 20살 성년이 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어느때 보다 성숙해야 할 때이며, 개인적으로는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적으로 지방의회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다름아니라, 시민들의 변화의 바람을 타고 민주노동당을 비롯하여 젊고 참신한 의원들이 많이 당선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욕과 달리 어제 저는 처음으로 시의원이 된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시의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정질문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의원들이 순천시장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이에 대해 시장이 답변하면서 정책 수정을 할 수도 있고, 시장의 시정철학을 이해하는 중요한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순천시장은 본회의 시작 5분 전에 공문 한장을 보내고 의장과 협의없이 출석할 수 없음을 밝혔습니다.
사실, 전날까지도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을 못했습니다. 오후에 일정이 있다는 시장을 배려하기 위해 원래 잡힌 본회의 시간 10시를 앞당겨 9시에 열었고, 시정질문을 생중계하기 위해 DBS라는 지역 케이블 방송까지 준비된 마당에 정작 주인공이 자리를 비웠으니 그 허탈감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순천시의회 규칙 제 72조에 의하면 본회의는 그 의결로 시장 또는 관계 공무원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시장 또는 관계 공무원은 출석 답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시장은 그 사유서를 의장에게 사전 제출한 후에 의장과 협의하여 대리 출석 답변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본회의장에서 의장은 시장과 협의된 바가 없음을 밝혔으니, 시장은 이 회의 규칙을 어기게 된 것입니다.
순천시회의규칙 제6장 시장 또는 관계공무원의 출석답변 및 자료요구 제72조(시장등의 출석요구) ①본회의는 그 의결로 시장 또는 관계공무원의 출석을 요구할 수있다. 이 경우 이유를 명시한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②위원회는 그 의결로 의장을 경유하여 시장 또는 관계공무원의 출석을 요구 할 수 있다. ③제1항 또는 제2항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시장 또는 관계공무원은 출석·답변하여야 한다. 다만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시장은 그 사유서를 의장에게 사전 제출한 후에 의장과 협의하여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대리 출석·답변하게 할 수 있다. |
시의원들이 지나친 시정 발목잡기인지, 아니면 합리적 견제인지는 시민들이 판단할 몫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제가 2개월 남짓 의원생활을 하면서 제가 느낀 점은 적어도 6대 순천시의회는 토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익숙히 않아 다소 서툰점은 있지만 그래도 합리적 토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 많은 의원들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늘 시정질문에 시장이 참석하여 시정철학을 분명히 하고, 시의원들이 모르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일깨워주기도 하고, 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조정도 하면서 그렇게 한계단 한계단을 함께 올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쉬움이 큽니다.
지방자치를 저는 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통장은 시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가지고 있고, 도장은 시의회가 가지고 있다고 말입니다. 통장을 가진 사람이 돈을 함부로 찾을 수 없도록 도장찍는 사람들이 이것 저것을 묻고 정확하게 도장을 찍는 모습, 그렇게 두바퀴로 굴러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 두바퀴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새벽 4시가 가까워 오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럽디 서러운 지방자치의 모습을 제가 속한 순천시의회에서 직접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부디 어제와 같은 파행이 오늘은 없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지나친 것은 없었는지를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부족한 제 자신을 채찍질하며 한걸음 한걸음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휴.....
참여와 혁신을 위한 지방의원 교류회에서 이기우 교수(인하대) 말씀이 생각납니다.
"풀뿌리에서 정치를 바꾸자, 지방의원들이 전국적 지방자치를 발전시키는 큰 아젠더를 설정하고 지방자치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
"공무원과의 관계는 견제하는 것은 좋으나 갈등 구조로 가서는 모두가 발전할 수 없다."
"정치 중심이냐, 주민 중심이냐를 분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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