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 드라마를 처음 시청했을 때의 가슴이 뛰던 기억 모두들 가지고 계시지요?
당당한 대통령의 모습으로 "더이상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미국 대통령과 중국 주석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던 서혜림(고현정)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입니다.
현직 시의원인 저 역시 이 드라마 뭔가 일을 내려나 보다는 기대감으로 한회도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11월 18일 방영된 내용 중에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언급하고자 합니다.
남해도 지방재정을 꼼꼼히 살피는 서혜림 도지사.
극적으로 남해도지사가 된 서혜림(고현정) 지사는 용화대교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공사가 전임도지사의 전시행정으로 인해 공사율이 50%도 진척이 안되고 중단된 20건 이상의 사업을 보고 받습니다. 무려 총 공사 금액이 1조2천억에 달하는 사업입니다.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인 남해도 입장에서 이 사업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할 만큼 재정위기의 상황으로, 이제 막 취임한 서혜림 도지사는 그야말로 손발이 다 묶인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입니다. 쉽게말해서 새로운 신규사업은 상상도 하기 어렵고, 남은 임기 동안 빚을 갚는 직무에만 집중해야 하는 참 답답한 상황을 맞이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남해도 땅을 매매해서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고, 도지사의 업무추진비까지 반납하겠다는 각오로 남해도 국장들에게 부채청산을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을 요청합니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 참 좋았느나, 지방채 발행은 글쎄요...
그런데 당장해결해야할 빚 1,000억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채발행을 위해 대통령(이순재)를 찾아 국가가 보증을 서 줄 것을 요청하는 장면에서는 왠지 씁쓸해집니다.
지방채발행을 위해 국가가 보증을 서달라고 조르는 서혜림 지사 지금은 지방채 발행 한도액을 매년 행안부가 정해서 발표한답니다.
재정자립도 10%의 남해도, 아마도 지방채 발행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지방채가 공영개발이나, 택지개발 등 개발 이익금이 나올 수 있는 특별회계의 몫이 아니라, 부채청산을 위한 것이라면 일반회계에 가까울 것이고 그 부채는 고스란히 남해도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1월 18일 대물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분별한 전시행정으로 인한 지방재정 악화를 비꼬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해결방법으로 또 빚을 얻어야 한다는 대안을 보여준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제가 속한 순천시가 택지개발을 위해 지방채 300억 승인을 요청해와서, 본회의장이 난장판이 된 적이 있습니다. 지방채 발행을 반대하는 대다수의 의원들을 압박하기 토지보상을 받아야 하는 주민들이 의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전혀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마치 계획적으로 의회를 방해하기 위해 고성과 협박을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의회에 지방채발행 승인안을 올린 순천시장은 정작 본회의장에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이에 순천시의회는 순천시장을 업무 방해로 고발했고, 동료 의원을 폭행한 불특정 다수의 시민 역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주택보급율이 100%에 이른 순천시가 택지개발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한다는 것이 명분이 없고, 지방재정 자립도 20% 정도 밖에 안되는 순천시가 빚을 내가면서까지 택지개발을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더 황당한 것은 이 300억이 모두 보상비로 사용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177억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순천시는 2011년 본예산에 177억을 계상할 계획이 없다는 것입니다. 즉 300억 빚을 내지만 보상비 177억에 대한 해결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방채 발행의 의미를 잃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2011년 지방채 300억을 계획중인 순천시
그나마 이 300억은 특별회계로 택지개발로 인한 분양을 통해 갚을 수도 있는 돈입니다.
그러나 순천시가 2011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300억을 일반회계 몫으로 지방채를 발행하려는 계획은 자칫 잘못 시민들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올해까지 지방재정자립도가 낮은 가운데 나름 재정 건전성을 유지한 순천시가 갑작스럽게 2013 국제정원박람회를 추진하면서 지방채를 발행하려는 모습을 시의원인 저는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대물에 나오는 대통령의 말로 제 심정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남해도 재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선행된 후 절차를 밟아 결정할 사항입니다."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쓸쓸하게 돌아오는 서혜림 도지사의 모습. 현실 자친단체장의 모습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방채 발행은 주민들의 부담을 늘리는 일로, 정책 결정에 주민들의 의사가 철저하게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드라마 대물에서 나온 고현정(서혜림) 도지사의 지방채 발행에 찬성할 수 없고, 더 좋은 생각을 서혜림 답게 깊게 고민하고, 주민들의 의사를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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