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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4 시의원활동/의정일기

약속 안지키는 참 나쁜 아빠가 되어버렸습니다.

by 동자꽃-김돌 2010. 12. 15.
어제는 아내가 서울 출장을 가서 새벽 3시에야 집에 들어왔습니다. 
돌 지난 둘째와 네살된 큰아들을 어떻게 봐야 할 지 참 막막했습니다.
더군다나 저녁에 이런 저런 간담회와 약속 모임들이 취소가 안되고 계속 진행되어서 빨리 끝나야 9시 정도 끝날 것 같았습니다.

시의원되고 안가도 되는 일정은 거의 없었습니다. 안가면 안온다고, 가면 왔다고...
이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아직도 답을 못 얻었습니다.

급하게 작은 녀석은 장모님 집에 맡겼습니다.
저녁 9시가 조금 넘어서 큰 아들이 있는 어린이집으로 갔습니다.
혼자 덩그러니 남아서 선생님이랑 놀고 있는 모습에 마음 한켠이 먹먹해 지더군요.
주섬 주섬 아이 짐을 싸고, 배꼽인사하고 차에 태우고 아파트로 들어왔습니다.

두 남자만 집에 덩그러니 들어오는 데 좀 그렇더군요.
아이에게도 아내에게도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방선거 이후 참 바쁘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정작 가족들에게는 너무나 소홀했던 흔적이 너무 커 보였습니다. 

큰 아들에게 잘 해보려고, 야구도 같이 하고 책도 읽고 과자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최대한 아이 기분을 살려줄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이녀석, 놀다가도, 이야기 하다가고, 책보다가도 계속 엄마만 찾았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훌쩍이면서  "아빠가 까까 많이 사준다고 해놓고, 파란색 로보트 사준다고 해놓고, 파란색 토끼 사준다고 해놓고, 파란 크리스마스 사준다 해놓고...."를 연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때 그때 상황을 모면하려고 제가 했던 말을 아들 녀석이 다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아들에게 아빠는 약속을 안지키는 참 나쁜 아빠가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큰아들

큰아들과 작은 아들


오랫만에 같이 목욕하고, 겨우 겨우 달래서 잠을 재웠습니다. 꼭 껴안고 누웠는데 잠이 안왔습니다. 

시의원되고 이런 저런 일들로 너무나 정신없이 보냈고,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바쁘게 뛰어다녔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참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밀려오데요.

아이들은 이미 엄마한테 적응이 되었고, 함께 있는 시간이 어색한 아빠, 잠들어야 집에 들어오는 아빠, 어린이집 데려다 주는 아빠, 함께 집에와도 다시 나가는 아빠, 약속 안지키는 아빠로 기억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착찹해집니다.

어쩌겠습니까? 시의원 하는 동안에는 이 고민이 후련하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시간을 지금보다 더 많이 내서 아이들하고 놀아줘야겠습니다.
적어도 큰 아들에게 약속 안지키는 아빠가 되지는 않아야겠지요? 

우리 가족...이 행복을 지킬 수 있겠지요?


한 시의원의 가족에 대한 반성문입니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