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마스 저녁을 보내면서 KBS 연예대상을 시청했습니다.
잠이 안와 시간을 때우며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상 소감이 은근하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코미디 여자 신인상을 받은 분의 대성 통곡 수상 소감을 들어면서 자기분야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뱉어낼 수 있는 사자후 같았습니다. 코미디언들이 선사해준 감동의 눈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경규라는 코미디 장인의 대상 소감은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하얀 눈밭에 내가 디딘 발자국이 후배들을 인도할 수 있는 길이 됐으면 한다. 무소의 뿔처럼 달려가겠다."
정말 멋진 말이지 않습니까?
세상은 이렇게 누군가 먼저 내 딛는 걸음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걸을 때 길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그 길을 인도할 수 있는 사람의 존재가 그립습니다.
쌩뚱맞게 연예대상을 보고난후 저는 우리 지역 시민 운동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87년 민주화 운동 이전 부터 지역의 작은 공동체 운동을 시작하면서, 민주주의의 불꽃을 만들었던 그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 그리고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흔적들...
폭풍이 몰아치는 폭압의 시절에 민주주의 열망을 담은 찌라시 한장을 들고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감옥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존경받아 마땅한 선배들...
지금 모두 어디에 계십니까?
10년이 넘는 기간을 싸워 지켜낸 조례 저수지, 추운 댓바람을 맞아 가면서 피켓들고 골채채취를 반대하고 가마니를 어깨에 들쳐매고 철새들 모이를 주며 순천만을 지켜낸 사람들...
당신들은 지금 어디있습니까?
함께 지켜낸 조례 호수공원은 이미 시민 공원이 되었고, 순천만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 공원이 되었지만 당신들의 흔적은 날이 갈수록 사라져가고 있어 안타까워 미치겠습니다.
누군가는 나서서 "함께 가자, 모두 발자국을 따라와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자!"고 등쳐주실 분들 어디 없습니까?
갈수록 줄어드는 시민단체 실무자들, 갈수록 둔탁해져가는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요즘은 공포마저 느낍니다.
평생 급여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민주주의와 시민운동의 기반을 만들고 이끌어주셨던 많은 선배들의 발자국과 흔적이 있었기에 그나마 순천이라는 공동체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씨앗이 자라고 있음을 너무나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급하지 않고, 3년, 4년 또는 15년이 넘는 동안 한 가지 문제 의식을 들고 시민들을 설득하고, 순천시를 설득했던 수 많은 장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우직하게 황소의 걸음을 걷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오늘 따라 당신들의 존재가 그립고 감사합니다.
어디에 계시든지 행복하시고, 언제나 촛불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갈수록 보수화 되어가고 있는 지방자치를 보면서 서럽디 서럽게 선배들의 빈 자리를 그리워해 봅니다. 부디 빠른 시간에 어깨동무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해 봅니다.
'2010-14 시의원활동 > 의정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쯤 되면 순천시 현황조사 다시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0) | 2011.01.24 |
---|---|
E-mail 의정보고서 발행을 시작했습니다. (4) | 2011.01.20 |
2011년을 맞이하여 초대장 쏩니다. (41) | 2010.12.31 |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1) | 2010.12.30 |
송년기획-4 순천 인애원 문제 5자협의로 일괄 해결되기를 기원합니다. (0) | 2010.12.30 |
순천시장에게 트위터 사용법을 좀 알려주고 싶네요. (1) | 2010.12.19 |
약속 안지키는 참 나쁜 아빠가 되어버렸습니다. (9) | 2010.12.15 |
송년기획(2) 삭발한 머리가 참 많이 자랐습니다. (0) | 2010.12.08 |
송년기획(1) 뒤 돌아본 시의회 활동 사진첩 (1) | 2010.12.05 |
대물 고현정, 남해도 재정상태 해결 방안, 지방채 발행 글쎄... (0) | 2010.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