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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4 시의원활동/의정일기

순천시의원 2년(전반기)의 활동을 되돌아봅니다.

by 동자꽃-김돌 2012. 7. 1.

시의원 2년(전반기)의 활동을 되돌아봅니다.

 

2010년 6월 2일 그 뜨겁던 초여름, 선거라는 길고도 험한 터널을 지나 민주노동당 순천시의원으로 옷을 갈아입던 날로부터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순천YMCA 시민운동가에서 제도권 내에 시의원 활동을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더불어 멋지게 의정활동 하겠노라는 포부와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 의정활동의 기반은 바로 주민이기 때문입니다.

 

1. 문턱 없는 시의회, 시민을 위한 기관

지방자치 20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개별적인 시의원들의 성실한 활동과 주민을 위한 활동은 있었지만, 6대 순천시의회처럼 주민을 대변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의회로 진출한 경우가 없었기에 순천시의회를 시민에게 가장 가까운 기관으로 돌려놓는 것, 즉 문턱 없는 시의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였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순천화상경마장 저지 투쟁,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정책 지원, 순천시 청소 노동자 근무환경 개선한 것입니다.

 

1-1. 시민과 함께 한 순천화상경마장 저지 투쟁

2010년 6월 선거기간동안 가장 뜨거웠던 화두는 바로 “순천화상경마장 재개장”이였습니다.

순천시의회의원 24명 전원을 설득하고, 도의원 5명까지 포함해서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를 항의방문하고 순천화상경마장 재개장의 부당성을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순천시의회는 신화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순천화상경마장 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감사원 감사청구, 삭발 투쟁, 천막농성 등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전개하였습니다. 또 11월에 있었던 한국마사회의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참석하여 정부의 사행산업 관리부실과 확산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사진1- 순천화상경마장재승인 즉각 취소 촉구 삭발식, 김석의원, 신화철의원, 장채열 대표)

 

그 결과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마사회가 사업철회 결정을 내렸고, 사업을 추진하던 한국 마사회 관계자, 건물주,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비리사건에 연루되어 2012년 5월 1심 재판에서 징역형과 벌금형에 처해졌습니다.

순천시의회가 시민과 함께 어깨동무한 결과였고, 그 중심에 바로 시민과 노동자를 대변하는 민주노동당 시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1-2.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정책 지원

순천지역에서 마을 만들기라는 정책이 시작된 것은 2005년부터입니다. 순천YMCA 시민사업부장으로 있던 시절부터 주민과 함께 어울려 마을 문제를 주민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운동입니다. 아마도 순천지역 곳곳에서 전국 곳곳에서 벽화, 담장 허물기, 마을기업 등의 사례를 흔하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MB정부 들어서서 이런 주민자치와 마을 만들기 정책이 중단되었고, 전국적으로 이러한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곳이 드물었습니다. 다행히 순천시는 시민단체와 시의회의 관심과 지원으로 조례도 만들고 예산도 책정하여, 정부정책의 추진 유무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마을 만들기 사업 추진은 지방자치 20년이 넘은 과정에서 주민들이 자치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한 사업입니다. 그 안에서 훈련된 시민을 양성하고, 지역을 바꾸고 마을 단위의 좋은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사업으로 앞으로 지방자치의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가정이 좋은 골목을 만들고, 좋은 골목이 좋은 동네를 만들고, 좋은 동네가 좋은 지역을 만들고, 좋은 지역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중앙집권적 구조 속에서도 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사진2- 주민자치위원들을 대상으로 순천 마을 만들기 사례 발표)

 

1-3. 민간위탁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

지난해 8월, 한 청소노동자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달라는 간곡한 목소리였습니다. 직접 방문한 현장은 끔찍했습니다. 휴게실도 없고, 탈의실도 없고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파리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근무환경은 너무도 처참했습니다. 청소 노동자들 대부분은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환경도 문제였지만 민간위탁 청소업체의 관리자들의 행태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관리자 대부분이 가족으로 구성되어 실제 청소노동자들에게 가야할 임금이 줄줄 새고 있었습니다. 순천시의 관리 소홀이 곳곳에서 드러났습니다.

결국 민간위탁업체 청소노동자들은 “민주연합노조”를 결성했습니다. 노조 결성과 함께 해고가 이어졌고, 추운 겨울 시청 앞에서 1인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생존권을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민간위탁 업체와 관리를 소홀히 했던 순천시는 1인 시위 노동자들을 밀치고 방해하는 행위들이 이어졌습니다.

순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청소노동자들의 근무환경과 실태를 시민들에게 알렸습니다. 결국 해고 노동자들은 복직되었고, 민간위탁 업체 선정을 엄격하게 하고,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을 정상화 하는 조례가 발의되었습니다.

 

(사진3- 청소노동자들의 근무 환경과 실태를 꼬집는 5분 발언)

 

2. 시의회의 한계, 정당공천제와 다수당의 침묵으로 묻혀버리는 민심

이렇듯 시의회가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활동하게 되면 진정한 시민의 대변인으로 그 역할을 다 해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게 낙천적이지 않습니다. 순천시의회의 의견이라는 것이 본회의 의결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순천시의회의 경우 24명의 시의원으로 구성되었으니 의결 정족수 13표를 확보해야 하고 설득해야 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24명의 시의원 중에 민주당 19명, 무소속 1명, 통합진보당 4명으로 구성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 시의회를 좌지우지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다행히 6대 의회의 경우 통합진보당 4명의 의원과 뜻을 함께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 의원들의 경우 정당 공천제라는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 있는 의정활동을 펼치는 것에 다소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2-1. 정당 공천제 그 어두운 그림자

정당 공천의 폐해는 의회 의장단 구성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민주당 내부 경선을 통해 이미 결정된 후보가 의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임위원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책토론도 없습니다. 검증도 없습니다. 다수당이 결정하는 대로 결정되어버립니다. 중요한 안건도 본인들 입맛대로 처리해 버립니다.

또 최근 벌어진 통합진보당 사태 역시 지방의원 입장에서는 정당공천의 어두운 그림자입니다. 지난 2년간 주민을 만나고 이루어낸 성과가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리고 묻혀버리기 때문입니다. 정당 공천제 때문에 풀뿌리지방자치가 잘 안된다고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각 정당이 풀뿌리 지방의원에 대해 제왕적 공천을 포기하고 시민이 공천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거나, 정당 내 풀뿌리 정치학교를 열어 의원의 전문성을 강화하면 좋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총선에 시민정치 영역에서 당선되신 분들께서 선도적으로 실현해줬으면 합니다.

 

2-2 다수당의 침묵으로 묻혀버리는 민심

진실 규명과 사실 확인을 위해서 지방자치법은 시의회에 행정사무 감사권과 조사권이 부여되어 있고, 본회의에서 의결하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본회의에서 24명의 시의원들 중에서 13명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그 실체적 진실을 밝힐 기회도 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순천만소형경전철 추진사업에 대한 행정사무조사권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순천만소형경전철 사업은 순천만 진입을 위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POSCO가 610억을 투자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이 사업 추진 과정이 너무나 독단적이고 독선적입니다. 순천시와 POSCO 사이에 맺은 협약 내용이 시민의 이익과는 거리가 먼 사업입니다.

이 사업이 현행대로 추진되면 순천만 진입은 경전철로 단일화 되고, POSCO는 30년간 독점 운행을 하게 됩니다. 또 POCO가 운영하면서 생기는 적자에 대해서 순천시가 물어준다고 합니다. 순천만과 가까운 거리에 콘크리트 기둥과 길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친환경 교통수단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장은 그야말로 끔찍합니다. 람사르 협약에 가입한 순천만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반면에 POSCO와 순천시 사이에 맺어진 업무협약서는 기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민간투자 사업이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의회 동의도 구하지 않았습니다. 절차상 법적 하자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에 10명이 넘는 의원들이 순천만소형경전철 사업에 대한 행정사무 조사권을 3차례나 발의하려고 했습니다. 찬성 10명, 반대 7명, 기권 5명 의결정족수 13명을 확보하지 못해 본회의에서 부결되었습니다. 찬성의원이 더 많지만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기권 때문에 조사권 발의가 좌절되었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실체적 진실을 감춰버린 것입니다.

 

결국, 답답한 의회를 대신해, 지방의회의 권한을 포기한 의회를 대신해서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국민감사를 청구했습니다. 시민을 대신해야할 의회가 제 역할을 못하자 시민들이 직접나선 것으로 주객이 바뀌어버렸습니다.

 

시의회의 이런 한계 때문에 제가 존재한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한계는 시민 참여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당 공천제와 다수당의 횡포 때문에 풀뿌리지방자치가 잘 안된다고 속단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각 정당이 풀뿌리 지방의원에 대해 제왕적 공천을 포기하고 시민이 공천하는 방식으로 개선한다거나, 정당 내 풀뿌리 정치학교를 열어 의원의 전문성을 강화하면 좋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지금부터 필요합니다.

 

글을 마치면서 하소연

시의원이 하는 일이 없어 보이지만 시민 만나랴, 질의서 쓰랴, 자료 챙기랴 정말 바쁩니다. 매일 밤늦게 들어오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시선도 따갑습니다. 6살, 4살 두 아들과 함께 놀아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민원은 갈수록 늘어가고, 시간은 많지 않고, 공부가 안됩니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깊이가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때 그 때 상황 대처가 많아지고, 공무원들은 깡깐하다고 멀리합니다. 의정비는 월 250만원, 카드 값은 훨씬 많습니다. YMCA 월급으로 살 때보다 더 가난해진 것 같습니다. 지쳐서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에 찾아 가서 위로라도 받고 싶어 찾아가면 불편해합니다. 그냥 해결사로만 취급되는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누가 툭 건드리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습니다. 나랑 같은 고민하는 사람, 한 사람만 더 있었으면, 이야기 나눌 사람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갈수록 깊어집니다.

 

지난 2년간 “시의원이 그것도 해결 못하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2년은 “그래도 자네라도 시의회에 있으니 든든하구만”이라는 말을 듣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고 다시 뛰어야겠습니다. 시민이 있는 곳으로, 투정과 좌절은 멈추고 다시 뛰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