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지방의원네트워크, 줄여서 전여네 상반기 정기 워크숍에 지난 4월 11일 다녀왔습니다.
생활정치가 본격화 되면서 정치의 주요 과제들이 거시적인 성장에서 미시적인 개개인의 생활 개선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목과 개발 보다는 삶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다 보니 보육, 교육, 주거, 일자리, 건강, 환경 등 일상생활의 문제에 집중하고 이를 해결하는 정치활동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무게 중심의 이동은 마을과 골목을 이해하고 풀뿌리 민주주의, 시민참여, 거버넌스 확립의 중요성을 갖추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과제를 해결하고 직면해있는 여성의 정치 참여가 갈 수록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계시는 전국의 지방여성의원들의 워크숍에서 그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워크숍 첫날 "주민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라는 세미나 주제를 발표하게 되었는데, 무척이나 설레이고 떨리는 시간이었습니다.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저 역시 잘 모르고 잘 하고 있다고 장담도 안되는 분야입니다. 그래도 남도 머스마의 기백으로 발표했답니다.
발표 내용은 "동네 한바퀴"를 중심으로
주민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동네 한바퀴, 마을 자원 찾기, 마을 만들기 -
한 참 전문위원하고 조례에 대해 논의하고 있을 때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전여네 사무국입니다.” (음... 전여네... 주민인가? 단체인가? 뭐지?)
“네, 누구시라고요?” “아, 전국여성의원네트워크 사무국입니다.”
(마지못해...) “아...네 안녕하세요?”
“전국 여성의원들 모임에서 워크숍을 개최하는데 의원님에게 강의를 부탁하려고 합니다” (엥? 아... 행정지원을 통한 마을 만들기 관련 사례 발표인가 보군)
“네, 저에게요? 어떤 내용으로? 제가 좀 내성적이라...”
“아, 주민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라는 주젠데요”
(멍해졌다. 주민과의 효과적 소통이라니...그러면서 몇 일 전 000의원님으로 전화를 받은 기억이 났다.) “네? 주민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요? 저도 잘 못하는데...”
“4월 11일 제주도에서 개최 되는데요” (4월 11일이면 앞으로도 많이 남았네...헉...그리고 제주도? 이 참에 제주도 함 갈까?)
“아, 네 제가 뭘 준비해야하지요?”
나는 이 강의(?)를 수락하고 수 없이 많은 후회를 했다. 수 많은 여성의원님들 앞에서 귀여움을 떨 자신은 있지만 강의(?)라니 자신감은 매일 매일 떨어졌다. 다행히 강의 준비하는 동안 나는 앞만 보고 달려온 시의원인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강의를 할 주제가 못되기에 “나는 무엇으로 주민과 소통하고 있는가?”를 의원님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잘하고 있다거나, 효과적인 소통 방법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고, 자신도 없다. 여기 저기에 기고했던 내용들, 강의했던 내용들 중에 전국여성의원님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강의 재료는 대신하고자 한다.
상처받을 때마다 ‘동네 한바퀴’
순천YMCA 활동가에서 시의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의회 활동, 주민과의 소통, 민원 상담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 때문에 머릿속은 항상 복잡하다. 엄청난 예산 자료 분석, 업무 보고서 검토, 시정 질의서 작성 등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뱃살도 함께 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에 자발적으로 주민을 만나고 토론하던 시간은 줄어들고, 일일 행사 계획에 따라 얼굴만 내미는 시간과 형식적인 만남이 늘었다. 의회 첫 등원 때 한 선배 의원이 “당선되면 행사 쫓아다니느라 주민 만나기가 어려워질 것이네. 의회 활동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동네 사람들은 자네 얼굴 보기 힘들다고 서운해할 것이여”라고 했던 말을 실감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순천 화상경마장 반대’ ‘화물공영차고지 민간위탁 문제’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진단과 점검’ 등 집행부 계획 수립의 부당성을 끊임없이 알리는 데 누구보다 충실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의회 내에서의 열정적인 활동과는 달리, 동네 주민들로부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불평불만을 듣는 일이 잦다.
주민자치 역량 강화와 주민참여가 지방자치의 튼튼한 뿌리가 될 것이라며, 시의원 되기 전에 주민 교육과 마을 만들기 사업을 강조했던 나로서는 얼굴 내미는 행사나 쫓아다니고, 평소에는 얼굴 보기도 힘든 시의원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
순천YMCA 시절 주민들과 함께 했던 동네 한바퀴 사진
‘동네 한바퀴’를 시작하라
순천에서 주민 자치와 마을 만들기 운동을 주도하면서 ‘동네 한 바퀴’라는 프로그램으로 순천시 곳곳을 주민과 함께 기록한 소중한 경험이 나에게는 있다. 나처럼 주민과의 소통에 장애(?)를 겪는 전국의 많은 기초의원과 풀뿌리 활동가들에게도 ‘동네 한 바퀴’를 제안한다.
‘동네 한 바퀴’를 하게 되면 딱딱한 회의장이 아니라 풀뿌리 현장인 골목에서 주민을 만나기 때문에 동네의 특성과 문제를 공유하고, 현장 토론을 통해서 예상되는 민원을 미리 챙길 수 있다. 과거를 기록으로 남기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주민 참여와 주민 자치를 위한 가장 쉬운 실행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주민들만 아는 추억의 장소, 멋진 자연환경, 문화, 사람, 맛집 등 동네 보물을 찾아 나선다. 이를테면 동네 보물찾기다. 찾은 보물들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현장에서 주민들과 토론하면서 차곡차곡 기록해둔다.
여러분의 수첩과 스마트 폰에는 골목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생각과 이야기가 기록될 것이고, 주민들의 생각은 정책생산으로 의정활동에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며, 제대로 된 소통의 맛을 느끼게 해 줄 것이라고 장담한다.
‘동네 한바퀴’에서 마을 자원 찾기로 그리고 마을 만들기로
동네 한바퀴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조금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과 할 수만 있다면 동네 주민회의를 통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을 자원들을 찾을 수 있다.
마을 문제에 대해 자기결정권이 지금까지 주어지지 않은 주민들 대부분은 불평과 불만을 시작으로 시의원을 만나면 두 서 없이 막 말들을 쏟아낸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을 조금만 신경써서 분류하면 마을의 좋은 일감이 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마을에는 좋은 자원 나쁜 자원이 없다. 마을 일을 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다 자원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동네 한바퀴를 통해서 찾은 마을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일감을 분야별로 분류하고, ‘가칭 우리 동네 100대 과제’를 작성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놓을 수 있다.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공공 디자인 사업, 지속 가능한 공동체 사업(커뮤니티 비즈니스)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과제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런 과제들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동네 보물지도로, 사진첩으로, 마을 야사로, 그림지도로 세련되게 만든다. 더 욕심을 부려 동네의 비전까지도 만들어낸다면 ‘우리 동네 미래 보고서’가 될 수도 있다.
‘동네 한 바퀴’에서 동네 보물찾기, 동네 100대 과제 그리고 동네 미래 보고서가 만들어지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외유강행, 현안 뒷전, 세금낭비, 특혜, 부실한 의정활동, 자질 부족, 묻지마 예산, 부정부패, 소통 부족 등 기초의회에 대한 날선 비판과 뉴스를 접할 때마다 먹먹해지고 기가 죽는다. 더불어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거론될 때면 한 숨이 절로 나오는 것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
그럴 때마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동네 한바퀴를 하면 어떨까? 아무리 생각해도 동네 한바퀴처럼 좋은 소통의 무기는 없는 것 같다. 또 마을 만들기는 지역 주민들과 호흡을 지속적으로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동네 한바퀴를 하면서 거리를 걸으면 걸을수록 정겨운 사람들을 만나고, 황토 빛갈 고향 공동체가 그리워질 것이다.
좋은 가정이 좋은 골목을 만들고, 좋은 골목이 좋은 동네를 만들고, 좋은 동네가 좋은 지역을 만들고, 좋은 지역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 나는 믿는다. |
YMCA 시절, 마을 자원찾기와 마을 비전 만들기 워크숍 사진
지난 11일 전국여성의원네트워크 발표시간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오로지 여성의원님들 사이에서 남자 의원 혼자...
누구보다도 현장에서 열심이신 분들이 나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셔서 너무 감사한 마음...
명함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정원박람회 기간 순천에 오시면 서운하지 않게 하겠노라 장담했는데...
막상 명함 수를 세어보니 정말 많습니다.
서서히 부담이 밀려 옵니다.
그래도 남도 머스마의 매력을 보여 줘야겠지요 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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