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아이디어 축제’가 열렸습니다
시사인 [287호-2013.03.20]에 실린 기고 글입니다. 순천시는 시민의 의견을 정책화하기 위해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열었다. 현장에서 접수된 947개의 제안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 |
지방자치 시작 이후 시민의 생각은 얼마나 자치단체 행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왜 여전히 시민의 의견을 공청회·간담회·위원회라는 형식 속에 가두려고 할까? 절차에 필요한 시민 생각이 아니라 진짜 시민의 의견을 정책화할 수는 없는 것일까? 시민의 꿈이 순천시의 꿈이 되고, 시민의 생각이 순천시의 정책이 되고, 시민 참여가 역동적으로 이루어질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런 생각 속에 지난해 11월1일 순천시 공무원·시민단체·대학생·경제단체·주민단체가 서울시·수원시·익산시가 먼저 추진한 시민창안대회를 모델로 ‘희망 순천 아이디어 페스티벌’을 추진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추진위원회도 별도로 모집하고, 추진단에는 시민단체·공무원·봉사단체·문화예술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행정과 시민이 함께 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생각도 다르고, 회의 풍토도 다르고, 주제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다르기 때문이었다. 근무 시간을 피해 조찬 모임, 김밥 번개, 삼겹살 파티 등 어울림을 중심에 두고 토론과 회의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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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페스티벌 대상을 차지한 조종철씨의 발표 장면. |
‘희망 순천 아이디어 페스티벌’ 기획단이라는 실무 그룹과 대학생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아이디어 서포터스’가 홍보와 아이디어 접수를 맡았고, 순천시는 사무실 제공과 진행을 적극 도왔다. 지난해 12월10일부터 올해 1월13일까지 홈페이지(http://hopeidea.net), SNS, e메일, 우편 그리고 현장 접수를 받았다. 생각나는 대로 종이에 쓱쓱 써서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대중교통·복지·관광·행정 서비스 분야, 시민 건강 프로그램, 산림자원 활용 방안 등에서 버릴 것 하나 없는 좋은 생각과 제안이 947개나 모였다.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말아야
이렇게 모은 947개 아이디어는 1차 심사를 통해 233개로 압축되었고, 다시 50개로 추려졌다. 50개 아이디어 제공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워크숍을 거친 뒤 전문가와 추진단은 비슷한 아이디어 제공자들을 팀으로 다시 구성해 최종 7개 팀을 뽑았다. △동천에 방치된 폐철교 효과적 활용방안(조종철) △정원박람회장 문화적(생태·축제·웨딩) 활용(순천의 품격) △순천을 슬로푸드 도시로(김영희) △에듀 컬처로드를 통한 원도심 활성화 방안(SUNNY) △소년 소녀 가장 주치의 제도(시나브로) △청소년 활동할 공간 확대(청춘불패) △너지(Nudge)로 새 순천 만들기(이종근)가 그것이다.
7개 팀에게 개그·발표·시연·영상 등의 발표 방식을 스스로 정하게 하고 20일 동안 아이디어를 다듬는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지난 2월26일 드디어 최종 경연대회인 제1회 희망 순천 아이디어 페스티벌이 열렸다. 심사 방식은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방식으로, 청중 평가단과 전문 심사위원단의 점수 합계를 통해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2), 장려상(3)을 시상했다. 대상은 동천에 방치된 폐철교의 효과적 활용 방안을 제시한 조종철씨가 수상했다.
시민이 보내준 947개 제안은 순천시장이 각 부서에 전달해 실행 방안을 찾기로 했다. 필자는 제1회 희망 순천 아이디어 페스티벌 기획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시민의 힘은 역시 강하다고 느꼈다. 자치단체는 시장 의지에 따라서 시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기도 하고 무시하기도 하지만, 시민은 항상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필요할 때 좋은 생각을 넘치도록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대회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생각을 정책화하고 시민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를 더욱 살려 순천시가 체계적인 육성 계획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더불어 민감한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시민의 의견을 들어야 할 것이다. 시민이 제시한 좋은 생각과 정책은 받아들이고 시민의 불평과 불만에는 눈을 감고 귀를 닫아버린다면 이는 시민을 이용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와 주민자치의 기본은 ‘시민은 항상 옳다’고 믿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만약 시민이 틀렸다고 생각되거든 다시 ‘시민은 항상 옳다’는 말을 떠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민을 대상이 아닌 주인으로 내세우는 행정을 위해 전국 곳곳에서 쉽고 다양한, 재미있는 방법이 창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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