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지에서 호수공원으로, 그 위대한 결실
<매월 한차례 시사인 '풀뿌리 수첩'에 자치와 소통에 관한 내용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버겁고 힘들지만 마을과 주민에 관심 갖는 정통시사주간지 시사인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좋은 가정이 좋은 골목을 만들고, 좋은 골목이 좋은 마을을 만들고, 좋은 마을이 좋은 지역을 만들고, 좋은 지역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 믿기에 글쓰기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기사입력시간 [251호] 2012.07.14 김석 (통합진보당·전남 순천시의회 의원)
조례저수지가 호수공원이 될 때까지 순천시와 시민사회는 거듭 논쟁했다. 한때 지역 갈등의 상징이었던 조례 호수공원이 시민의 자랑이 되었다. |
‘순천만 보존 운동’과 ‘조례저수지 호수공원화’. 이 두 가지는 순천 지역에서 풀뿌리 지방자치와 주민참여 운동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이는 둘 다 순천시 개발정책에 시민사회가 반대하면서 갈등을 빚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협력과 협치를 통해 순천만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생태관광지로, 조례저수지는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호수공원으로 거듭났다.
지난 6월16일 조례호수공원에서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호수공원을 조성하기까지 보여준 시민운동과 시민정신을 잊지 않기 위해 나무를 심고 표석을 세우는 행사였다.
순천시가 자연녹지였던 조례저수지를 주거지역으로 바꾸겠다는 도시기본계획을 발표한 것은 1991년. 그 뒤 1992~1995년 조례저수지 일대 개발계획이 수립되자 저수지 내 토지를 둘러싸고 소유권 분쟁이 불거지는가 하면 땅 거래도 활발해졌다. 시민단체는 처음부터 저수지 매립을 반대하는 의견이었다.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포럼과 토론회, 공청회, 설문조사 등을 전개하며 매립반대 의견을 강하게 표출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저수지를 보존하려 해도 맑은 물을 유입할 수원이 부족하다는 둥, 옛 쓰레기 매립장의 침출수가 흘러들어 저수지 오염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둥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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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제공 한때 매립지가 될 뻔했던 조례호수공원(위)은 순천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에 수천 명 참여
묵묵부답이던 순천시는 1997년, 저수지의 3분의 2는 매립하고, 3분의 1은 공원 녹지화하겠다는 계획을 처음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전면 호수공원화’를 주장하며 저수지 둑에 천막농성장을 펼쳤다. 순천시에는 공원녹지 확보의 원칙을, 농조(지금의 농촌공사)에는 공공자산의 공유화를 호소하는 자리가 연일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대학교수 141인이 공원화 찬성 의견을 밝히고, 시의회가 공원화 권고 결의를 하면서 전면 공원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는 꽃나무심기와 정화활동을 지속하며, 오염 우려 등 호수공원화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려 애썼다.
그 결과 2001년 전남도 도시계획위원회가 공원화 비율을 전체의 50%(2만8000평)로 넓히는, 소폭 진전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시민단체는 고민에 빠졌다. 절반의 공원화를 수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신도심의 과밀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면 공원화가 필요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민선 3기에 들어선 순천시는 가능한 한 공원 면적을 더 넓히겠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2004년 순천시는 저수지 전체 면적의 54%(3만 평)를 공원화하겠다는, 과거보다 진전된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전면 공원화를 끝까지 관철시키기로 결심했다. 이에 따라 한층 강화된 활동기구를 결성하는 한편 ‘내셔널 트러스트-조례저수지 매립개발지 매입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시민들의 힘으로 사들여 보존하려는 시민운동이다). 2004년 5~6월 진행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에 참여한 시민은 수천 명. 2004년 6월30일, 순천시장은 마침내 ‘조례저수지 전면 호수공원화(5만5000평)’ 조성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풀뿌리 지방자치가 막 시작되던 1991년 시작된 조례저수지 매립 반대·호수공원화 운동이 2004년에 이르러서야 결실을 맺은 것이다. 호수공원 준공식은 2009년 가을 치러졌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2년 6월16일, 순천시민사회단체는 ‘참여하면 바뀐다’는 주민참여운동의 의의를 지방자치시대의 시민정신으로 전하기 위해 호수공원 한 귀퉁이에 기념식수를 하고 그 표석을 남겼다. 한때 첨예한 지역 갈등의 대표 사례였던 이곳이 오늘날 순천시민의 소중한 쉼터이자 자랑이 된 것을 기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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