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는 중심 밖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그 무엇인가를 도모하는 일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지방자치와 주민자치를 위해 행정, 의회 그리고 주민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역 어론의 공정한 보도와 지역 역사에 대한 기록도 빼 놓을 수 없는 발전 요소입니다. 그런 가운데 <순천시민의 신문> 폐간 소식이 너무 안타까워 시사인 255호 풀뿌리 수첩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순천에서 주간으로 발행되던 <순천시민의 신문>이 수년 동안 쌓인 재정적자와 구성원들의 피로감을 고백하는 편지 두 장과 함께 폐간 소식을 알려왔다. 매주 지역 소식과 함께 지역 곳곳의 기록을 전달받았던 독자 처지에서 편지를 읽는 내내 아쉬움과 미안함으로 가슴이 먹먹했다.
<순천시민의 신문>은 그동안 지역을 꼼꼼하게 기록해왔다. 자연 마을의 풍광과 이야기를 붓으로 그린 ‘내고장 순천’이라는 지면으로 순천을 아름답고 수려한 곳으로 인식하게 했다. 순천의 옛 인물을 만화로 그려내 지역 역사를 쉽게 해설해주었다. 발행인이 직접 순천의 전설과 설화를 소개했고, 추억으로 아련한 옛 마을 모습과 지금 마을을 비교하는 마을 이야기는 이 신문이 매주 기다려지는 이유였다. 이 밖에도 순천 자랑 100선, 들꽃 이야기, 음악 이야기, 시골 약사 이야기, 지역에서 희망 찾기, 어린이 도서연구회 순천지회가 매주 소개하는 책 이야기, 지역 여론을 촌철살인에 가까운 만화 컷으로 전달해 해학과 공감을 이끌어냈던 시티줌 등에 담긴 지역의 역사와 기록은 이 신문을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놓게 하는 힘이었다. 폐간 소식을 전하는 편지에는 지역의 의미 있는 마을과 사람에 대한 기록이 사라진다는 아쉬움이 절절히 남아 있었다.
<순천시민의 신문>은 지역을 꼼꼼하게 기록해왔다. 공적 지원이 없다면 이런 노력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돌아보면 <순천시민의 신문>은 이름 그대로 순천시민이 만들어낸 위대한 성과물이었습니다. 학생기자와 시민기자들의 땀과 노력, 성역 없이 비판하였던 취재기자들의 고통, 한 주라도 빠지면 신문을 독촉하시던 경로당 어르신들의 관심, 고향 소식에 목말랐던 출향 인사들의 격려 등이 한데 어우러져 지금까지 <순천시민의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순천시민의 신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 정신은 영원히 순천시민과 함께할 것입니다. 먼 훗날 지역의 한 시대를 기록하였던 매체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순천시민의 신문> 임직원 일동으로 보내온 편지 내용 중에서)
이 신문의 폐간으로 이런저런 내용을 살펴보니 앞으로 지역신문들의 위기는 가속화될 조짐이다. 2004년 건전한 지역신문 육성과 지역신문의 균형 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이른바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었고, 참여정부 시절 매년 200억원 이상씩 총 850억원에 이르는 기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출연기금은 급격히 감소했다. 2008년 150억원, 2009년 50억원으로 축소 편성되더니 급기야 2010년에는 아예 편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2012년과 2013년 정부 출연 예산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역뉴스를 힘 있는 사람이 좌우하면 안 돼
신문사는 사기업인데 굳이 공적 지원을 해야 하는가 의문이 들 수 있다. 지역언론의 옥석을 가리기 위한 세밀한 심사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없다면 지역의 언론 환경은 더욱 나빠질 것이고 권력 중심의 뉴스 남발 및 비판과 견제가 사라진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것이다. 고갈 위기에 처한 지역신문발전기금 조성에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풀뿌리 지방자치의 성공, 즉 마을과 주민이 성공하는 시대를 만들기 위해 행정과 의회의 구실도 중요하지만 지역신문과 지역방송도 대단히 중요하다. 자치단체의 다양한 사업과 정책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잘못된 일에는 비판과 감시를, 지역 갈등과 현안에 대해서는 대안 및 조정 방안을 제대로 유통시켜 지역사회 곳곳에서 윤활유 구실을 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언론은 마을과 주민들의 삶과 이야기를 전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지역뉴스는 힘 있는 사람 중심으로 생산될 일이 아니다. 지역 정체성을 기반으로 마을과 주민의 삶을 기록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지역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언론의 자체적 노력과 더불어 공적 지원이 일정하게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역 주민의 삶을 기록하고 지역을 연구하고 있는 풀뿌리 지방 언론인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매월 한차례 시사인 '풀뿌리 수첩'에 자치와 소통에 관한 내용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버겁고 힘들지만 마을과 주민에 관심 갖는 정통시사주간지 시사인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좋은 가정이 좋은 골목을 만들고, 좋은 골목이 좋은 마을을 만들고, 좋은 마을이 좋은 지역을 만들고, 좋은 지역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 믿기에 글쓰기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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