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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Posting/시사인 풀뿌리수첩

시사인(212호) 상처받을 때마다 동네 한바퀴

by 동자꽃-김돌 2012. 7. 28.

상처받을 때마다 ‘동네 한바퀴’

시사인 [212호] 2011.10.14  23:30:58  조회수 10405

 

<매월 한차례 시사인 '풀뿌리 수첩'에 자치와 소통에 관한 내용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버겁고 힘들지만 마을과 주민에 관심 갖는 정통시사주간지 시사인의 마음이 너무 고맙고, 좋은 가정이 좋은 골목을 만들고, 좋은 골목이 좋은 마을을 만들고, 좋은 마을이 좋은 지역을 만들고, 좋은 지역이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 믿기에 글쓰기를 계속하려고 합니다.>

 

김석 (민노당 전남 순천시의회 의원)

 

‘동네 한 바퀴’를 하면 풀뿌리 현장인 골목에서 주민을 만나기 때문에 동네의 특성과 문제를 공유하고, 민원을 미리 챙길 수 있다. 주민 참여와 주민 자치를 위한 가장 쉬운 실행 프로그램이 ‘동네 한 바퀴’이다

 

 

 

순천YMCA 활동가에서 시의원으로 자리를 옮긴 지 벌써 1년. 의회 활동, 주민과의 소통, 민원 상담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일 때문에 머릿속은 항상 복잡하다. 엄청난 예산 자료 분석, 업무 보고서 검토, 시정 질의서 작성 등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뱃살도 함께 늘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에 자발적으로 주민을 만나고 토론하던 시간은 줄어들고, 일일 행사 계획에 따라 얼굴만 내미는 시간과 형식적인 만남이 늘었다. 의회 첫 등원 때 한 선배 의원이 “당선되면 행사 쫓아다니느라 주민 만나기가 어려워질 것이네. 의회 활동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동네 사람들은 자네 얼굴 보기 힘들다고 서운해할 것이여”라고 했던 말을 실감한다.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순천 화상경마장 반대’ ‘화물공영차고민간위탁 문제’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2013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진단과 점검’ 등 집행부 계획 수립의 부당성을 끊임없이 알리는 데 누구보다 충실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의회 내에서의 열정적인 활동과는 달리, 동네 주민들로부터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불평불만을 듣는 일이 잦다.

주민자치 역량 강화와 주민참여가 지방자치의 튼튼한 뿌리가 될 것이라며, 시의원 되기 전에 주민 교육과 마을 만들기 사업을 강조했던 나로서는 얼굴 내미는 행사나 쫓아다니고, 평소에는 얼굴 보기도 힘든 시의원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


   
ⓒ시사IN 양한모


‘동네 보물찾기’부터 시작하라


그래서 ‘동네 한 바퀴’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순천에서 주민 자치와 마을 만들기 운동을 주도하면서 ‘동네 한 바퀴’라는 프로그램으로 순천시 곳곳을 주민과 함께 기록한 소중한 경험이 나에게는 있다. 나처럼 주민과의 소통에 장애(?)를 겪는 전국의 많은 기초의원과 풀뿌리 활동가들에게도 ‘동네 한 바퀴’를 제안한다.

‘동네 한 바퀴’를 하게 되면 딱딱한 회의장이 아니라 풀뿌리 현장인 골목에서 주민을 만나기 때문에 동네의 특성과 문제를 공유하고, 현장 토론을 통해서 예상되는 민원을 미리 챙길 수 있다. 과거를 기록으로 남기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주민 참여와 주민 자치를 위한 가장 쉬운 실행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주민들만 아는 추억의 장소, 멋진 자연환경, 문화, 사람, 맛집 등 동네 보물을 찾아 나선다. 이를테면 동네 보물찾기다. 찾은 보물들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현장에서 주민들과 토론하면서 차곡차곡 기록해둔다.

그런 다음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과 동네 주민회의를 통해 일감을 분야별로 분류하고, ‘가칭 우리 동네 100대 과제’를 작성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단순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부터 공공 디자인 사업, 지속 가능한 공동체 사업(커뮤니티 비즈니스)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과제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런 과제들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동네 보물지도로, 사진첩으로, 마을 야사로, 그림지도로 세련되게 만든다. 더 욕심을 부려 동네의 비전까지도 만들어낸다면 ‘우리 동네 미래 보고서’가 될 수도 있다.

‘동네 한 바퀴’에서 동네 보물찾기, 동네 100대 과제 그리고 동네 미래 보고서가 만들어지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의회 집행부와 논쟁 때마다 “검토해보겠습니다” “그건 의원님 생각이고요…”라는 말에 상처받고, 의회 내에서 표결로 소수 의견이 묵살되는 상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나 같은 기초의원이 있다면,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