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공약을 부탁해!
4.11 총선 그리고 시장 보궐선거로 순천지역도 열기가 뜨겁다. 전직시장이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하는 바람에 순천은 국회의원과 시장을 동시에 뽑는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고, 많은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공약은 2% 부족해 보인다. 선거 때마다 청소년 정책과 공약은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다. 아마도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투표 연령을 18세나 19세 이하로 낮추게 된다면 청소년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공약을 남발(?)했을 텐데 아쉽다.
“무슨 사건만 터지면 게임 때문이래요.”, “주5일 수업, 갈 곳이 없어요.”, “학교 운동장은 주말에 조기축구회가 다 차지해 버려요”, “고민 털어놓을 곳이 없어요.”, “음악공부 할 곳이 없어요.”, “과외비가 너무 많이 들어가요. 엄마한테 미안해요.”, “폭력보다 왕따가 더 심각해요”
필자가 살고 있는 덕연동에서 만난 청소년들의 일부 하소연이다. 딱히 현장에서 해결할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올해부터 주5일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학교대로 준비의 어려움이 있어 보이고, 전체 학교가 추진하다 보니 외부 강사를 구하기도 어렵고, 아이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곳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은 또다시 학원을 등록하게 될 것이고, 사교육비 부담은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필자가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아 각 후보자들에게 제안해 볼까 한다.
먼저, 청소년 커뮤니티를 만들어줬으면 한다. 어른들이 만들어준 공간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가고 싶고, 만들고 싶은 공간이 필요하다. 저녁 7시면 문을 닫고, 주말이면 문을 닫는 시설이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 운영주체가 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말한다. 하드웨어는 순천시가 만들고,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선택할 수 있고 또는 창조적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일정 공간을 플레이 파크로 지정하고, 필요한 설치물과 도구들을 준비한 가운데 각각의 청소년 커뮤니티(친구, 동아리, 반, 동호회 등)가 마음껏 만들고, 놀 수 있도록 보장해 줘야 한다. 어른들은 도구의 사용법과 안전 지도 정도의 간섭이면 된다.
두 번째, 순천시립 주 5일 프로그램을 부탁한다. 순천시가 주관하면 매주말 마다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도시는 시끌벅적하게 될 것이다. 여행, 체험, 외국어, 음악, 미술, 독서, 놀이, 게임, 봉사, 공공디자인, 방송국 운영, 공연연출, 인문학 강좌, 연극, 영화, 스포츠, 환경, 나눔장터 등 순천시가 주관하여 학교 내 교육에서 벗어나 놀이와 교육이 함께 어우러진 활동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진다면 청소년은 물론 학부모들의 걱정도 덜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 상인이 모두 함께 만든 "천태만상 마을만들기"
세 번째, 순천시립 주말 프로그램 중에 스포츠(축구, 야구, 농구 등) 리그를 운영을 하면 어떨까? 청소년들이 의외로 축구와 야구를 하고 싶지만 주말이면 동호인들이 학교 운동장을 차지하고 있어서 운동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주말마다 축구와 야구 그리고 농구 등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종목들로 주말 리그제를 순천시가 운영한다면 응원과 운동이 결합되어 청소년들에게 체력 증진과 스트레스 해소에 좋지 않을까?
네 번째, 학교 내에 문화, 예술 교육을 특화하자는 것이다. 입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최근 K-POP 열풍으로 춤과 노래에 관심이 많아졌다. 클래식 음악과 미술을 전공하는 청소년들이 과외비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과외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순천시가 주관해서 주말 또는 방학을 이용하여 전문가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이 가능하도록 음악캠프, 미술캠프, 성악캠프, Rock 캠프를 열고 지원하자는 것이다.
다섯 번째, 각 학교별 상담 교사 지원을 부탁한다. 최근 학교 폭력으로 전국이 시끄럽다. 아이들의 고민을 직접적으로 들어주고 해결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 다행히 순천시 청소년 상담센터가 있으니, 이 센터와 연결이 되도록 각 학교에 상담교사를 상주시키고 인건비와 학생 복지상담실 운영비를 순천시가 지원해서 청소년들의 고민과 상담이 현장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공약 꾸러미를 내놓아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시설 확충에만 고민하고 있는 4.11 총선 후보들에게 현장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부족하지만 몇 자 적어보았다.
순천 장천동에서 청소년 동아리들과 펼친 공공 디자인 사업 중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여야 하고 투자하여야 한다. 청소년들 위한 공간이 많이 생기고, 의견을 나누고, 밝은 미래를 열 수 있도록 투표권을 가진 모두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어른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청소년의 관점에서, 관리자의 시선이 아니라 지원과 도움의 시선으로 많은 청소년 정책과 공약을 남발해 주실 것을 부탁한다.
<위 글은 시사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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