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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Posting/마을 만들기 현장

주민자치로 만든 순천 지하공원(?)을 소개합니다.

by 동자꽃-김돌 2010. 4. 22.

마을만들기 현장② 순천지하상가 마을 만들기를 소개합니다.

오늘은 바쁜 선거일정을 쪼개 순천지하상가를 찾았습니다. 순천YMCA가 직접참여한 마을 만들기 현장입니다. 상인분들에게 시의원출마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려 인사도 드릴겸해서 찾았습니다.

계단을 내려오는 길의 벽화도 그대로 있었고, 청소년들의 10년 후 모습이 그려진 조각벽화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지하상가 한 복판에 만들어진 쉼터도, 햇볕이 없는 지하상가에 심어논 화초도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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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구에 그려놓은 상인들의 캐리커쳐도, 화장실에 그려진 어린왕자벽화도, 신한은행이 기증한 PDP 텔레비젼도, 작은 음악회를 하려고 했던 무대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지하상가 한쪽 귀퉁이에 청소년 문화존을 만들겠다며 의욕적으로 열었던 '시끌벅적 골목 아티스트 갤러리'도 그대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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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회적기업인 '행복한 밥상' 소속인 초록카페도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초록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는 동티모르 공정무역 커피는 맛이 좋았고, 매니저님은 친절했습니다. 초록카페 주변에 마련한 탁자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과 이야기가 빼곡히 젹혀 있었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의 흔적이 지하상가에 쌓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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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지하상가를 생각하면 저는 눈물이 납니다. 어려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저의 땀이 서려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글의 시작을 2007년으로 돌려 순천지하상가 마을 만들기 사업 과정을 소개합니다.

2007년 순천YMCA, 중앙동 주민자치위원회, 지하상가번영회, 자원봉사 대학생들, 공공미술을 시작한 젋은 작가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행정까지 함께 협력했던 '마을 만들기'사업입니다. 사업 제목은 '시끌벅적 도시디자인 구도심 재창조 사업'입니다. 참 거창했습니다.

90년대에 만들어진 순천지하상가는 한 때 순천시의 쇼핑중심지였습니다. 그러나 순천시에 신도심이 개발되고, 대형마트가 들어오면서 그 명성을 잃고 점차 침체되어 가고 있던 곳입니다. 업친데 덥친격으로 지하상가를 운영하던 업체까지 부도가 나면서 상인들은 보증금 회수의 걱정이 쌓여있는 곳이였습니다.
한창, 순천시가 주민자치대학으로 마을 만들기에 눈을 뜨던 때였습니다. 순천YMCA가 순천지하상가를 대상지로 하는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게되었습니다. 때마침 한국토지공사가 공모하는 초록사회 만들기 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았습니다. 지하상가를 변화 시키기 위한 나름의 계획서를 들고 찾아갔지만 지하상가번영회는 냉소적이었습니다. 순천시도 못하는 일을 작은 시민단체가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심도 있었습니다.

사업자체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커피 상담이었습니다. 사업을 추진할 수 없더라도,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 2개월 정도 지속적으로 찾아간 것 같습니다. 조금씩 상인들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열린 마음은 이후 지하상가를 변화시키는 데 큰힘으로 적극 지원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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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지하상가에 대한 분석 기간도 짧았고, 시공 기간도 짧았지만 정말이지 즐겁고 행복한 작업이었습니다. 준공식도 시장, 시의회의장, 시민단체, 주민, 상인, 자원봉사자가 어우러져 멋지게 치뤘습니다. 준공 기념으로 작은 음악회는 물론, 시끌벅적 도시 축제도 개최했습니다.

2007년 이후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 해 겨울 크리스마스 행사를 교회와 함께 지하상가에서 개최를 했습니다.
순천지하상가 사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2008년에는 도시연대 커뮤니티 디자인센터에서 협력해 주셔서 지하상가에 대한 분석, 경관디자인에 대한 보고서도 만들었습니다.

순천시도 관심을 가지고 화장실 개보수는 물론 오래된 에어콘도 교체를 해주었습니다. 또 이사업을 위해 작지만 필요한 돈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초록카페(동티모르 공정무역 커피 전문점)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시끌벅적 골목아티스트 갤러리에 순천만 사진을 기증받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순천지하상가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견학을 하고 갔습니다. 상권활성화에 얼마나 크게 기여를 했는지 모르지만 상인들은 그 관심을 즐겼고,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그런데 2009년 순천시가 도심활성화를 위해 계약기간이 1년이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상인들과 깊은 상의없이, 주민들과 깊은 상의없이 지하상가를 언더패스(차가 다니는 길의 당시 순천시 표현)를 만들고 지상은 차없는 거리로 만든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표합니다.


지하상가 사람들은 각각의 입장으로 갈등을 겪습니다. 상가를 소유한 사람, 상가를 임대한 사람 모두가 각각 입장은 달랐습니다. 그러나 장사를 오래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아보였습니다. 그리고 지상의 상가들도 반발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시정에 격하게 항의하면서 서명운동도 진행되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하게되면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 같아 시민단체가 모였습니다. 그리고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천막포럼을 개최합니다. 천막농성이 아니라 천막포럼입니다. 15일간 진행된 이 생소한 천막포럼을 통해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시민의견이 만들어지고, 천막포럼 보고서가 만들어졌습니다.

순천시는 사업을 백지화하고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함께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추진되고 있지 않습니다.

순천지하상가를 생각하면 왜 눈물이 나는지 느낌이 오십니까?

주민들과 함께 즐겁게 진행한 도시 디자인 사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모이면서 나름 추진계획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일방적으로 행정이 개입하여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업 백자화로 갈등이 해소된 것 같지만 함께 꾸었던 지하상가에 대한 변화의 모습을 되찾기란 쉽지 않아보입니다.

그리고, 지하상가 위탁 관리 시한이 2010년 8월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또 무슨 일이 생길지 감히 상상이 안갑니다. 부도난 업자로 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상인들은 순천시에 요청할 것이고, 순천시는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앞으로 걱정이 많습니다.

그래도 순천지하상가 도시 디자인 사업은 순천시 마을 만들기의 상징이며 꿈입니다. 당시 함께 만들었던 모든 사람들에게 여전히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고, 지하상가 상인들이 거의 무료로 내주었던 초록카페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천천히 끈질기게 지하상가에서는 마을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중앙동 천태만상 마을 만들기가 탄생된 것입니다.
2010/04/11 - [마을 만들기 현장] - 주민 참여로 만드는 구도심 재생 사업 들어는 봤나?

저에게 공약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2010년 8월 계약 만료가 되는데 갈등국면이 아니라 순천지하상가가 다시 재창조 되기 위한 시민들의 의견을 묻고, 이를 바탕으로 지사상가를 리모델링하면서 상권과 문화가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의정활동을 전개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론 지하상가가 ABC 구역으로 이루어져있는 부분을 한구역정도는 문화의 장, 예술의 장으로 만들어져 시민들에게는 휴식과 쇼핑이 함께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상인들에게는 문화의 결합을 통해 상권활성화가 보장되기를 바랍니다.